교회

교회 (Kirche)

1. 개요 (Definition & Thesis)

신학적으로 교회(Kirche)는 단순한 종교적 결사체나 사회학적 조직이 아니다. 교회는 본질적으로 '말씀의 피조물(Creatura Verbi)'로 정의된다. 이는 교회가 먼저 존재하고 말씀을 선포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이 선포되는 곳에서 비로소 교회가 발생한다는 개신교 교회론의 핵심을 담고 있다.

이 항목은 교회를 '성도들의 교제(Communio Sanctorum)'로서의 본질과, 역사 속에서 제도적으로 드러나는 '가시적 교회(Ecclesia visibilis)' 사이의 변증법적 긴장 속에서 고찰한다. 교회의 존재 근거는 인간의 모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삼위일체 하나님의 부르심(Vocatio)과 선택에 있다.

2. 성서적 기초 (Biblical Foundations)

2.1. 구약: 카할 (Qahal)

구약성서에서 교회 개념의 뿌리는 히브리어 '카할(Qahal)'에서 발견된다. 이는 '부름 받아 모인 회중'을 의미하며, 단순히 군중이 모인 것이 아니라 '여호와의 총회(Qahal YHWH)'로서 하나님과의 언약(Bund) 관계 속에 있는 이스라엘을 지칭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모임의 주체가 인간이 아니라 하나님이라는 점이다.

2.2. 신약: 에클레시아 (Ekklesia)

70인역(LXX)은 '카할'을 헬라어 '에클레시아(Ekklesia)'로 번역했다. 신약성서는 이 용어를 차용하여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새롭게 형성된 종말론적 공동체를 지칭했다.

  • 그리스도의 몸 (Soma Christou): 사도 바울은 교회를 그리스도의 몸으로 묘사하며(고전 12:27), 머리 되신 그리스도와 지체인 성도 간의 유기적 연합을 강조했다.
  • 하나님의 백성 (Populus Dei): 베드로전서와 히브리서는 교회를 '새로운 이스라엘', 즉 혈통을 넘어선 영적인 하나님의 백성으로 정의한다.

3. 교회사적 발전 (Historical Development)

3.1. 고대: 혼합된 몸 (Corpus Permixtum)

도나투스 논쟁(Donatist Controversy)에서 아우구스티누스(Augustine)는 교회를 '알곡과 가라지가 섞여 있는 밭', 즉 '혼합된 몸(Corpus Permixtum)'으로 규정했다. 이는 교회의 거룩성(Sanctitas)이 구성원의 도덕적 완전함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은혜에 기초함을 변증한 것이다.

3.2. 종교개혁: 말씀과 성례전

중세 가톨릭이 교회를 교황 중심의 위계적 '제도(Anstalt)'로 고착화한 반면, 루터(Luther)와 종교개혁자들은 교회의 중심을 '기능(Function)'으로 이동시켰다.

  • 아우구스부르크 신앙고백(CA) 7조: "교회는 복음이 순수하게 선포되고 성례전이 올바르게 집행되는 성도들의 모임(Congregatio Sanctorum)이다."
  • 여기서 교회는 사제 계급이 아니라, 말씀이라는 사건(Wortgeschehen)이 일어나는 곳에 존재한다.

4. 교의학적 구조 (Dogmatic Structure)

4.1. 교회의 4가지 표지 (Notae Ecclesiae)

니케아-콘스탄티노플 신경은 교회의 본질적 속성을 네 가지로 규정한다:

  1. 단일성 (Una): 그리스도가 한 분이시기에 교회는 (교파를 초월하여) 영적으로 하나이다.
  2. 거룩성 (Sancta): 구성원의 성에도 불구하고, 머리 되신 그리스도의 (Gerechtigkeit)가 전가되므로 교회는 거룩하다(Simul iustus et peccator).
  3. 보편성 (Catholica): 교회는 특정 민족이나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시공간을 초월하여 복음이 미치는 모든 곳에 존재한다.
  4. 사도성 (Apostolica): 교회는 사도들의 증언(성서) 위에 기초한다. 이는 사도직의 계승(Successio Apostolica)이 아니라 '사도적 교라의 계승'을 의미한다.

4.2. 가시적 교회와 비가시적 교회

개신교 신학은 비가시적 교회(Ecclesia invisibilis)—참된 믿음을 가진 선택받은 자들의 모임—가 참된 교회의 본질이라고 본다. 그러나 이 교회는 역사 속에서 가시적 교회(Ecclesia visibilis)—말씀과 성례전이 행해지는 구체적인 공동체—를 통해 드러난다. 이 둘을 분리해서도(열광주의), 동일시해서도(로마 가톨릭) 안 된다.

5. 결론 및 현대적 제언 (Synthesis)

현대 신학에서 본회퍼(D. Bonhoeffer)는 "교회는 타자를 위해 존재할 때만 비로소 교회이다(Kirche ist nur Kirche, wenn sie für andere da ist)"라고 선언했다. 이는 교회가 내부의 종교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폐쇄적 집단이 아니라, 세상 속에서 그리스도의 고난에 동참하는 선교적 공동체여야 함을 역설한다.

결국 교회는 완성된 상태(Status Gloriae)가 아니라, 종말론적 완성을 향해 순례하는 전투하는 교회(Ecclesia militans)로서, 말씀의 통치 아래 끊임없이 개혁되어야 한다(Ecclesia semper reformanda).


📚 참고 문헌 (Bibliography)

  • TRE: "Kirche" in Theologische Realenzyklopädie, Bd. 18. Berlin/New York: de Gruyter, 1989.
  • Sources:
    • Augustine. De Civitate Dei. (신국론)
    • Die Bekenntnisschriften der evangelisch-lutherischen Kirche (BSLK). (아우구스부르크 신앙고백)
    • Barth, Karl. Kirchliche Dogmatik IV/1. Zürich: TVZ. (교회교의학)
    • Bonhoeffer, Dietrich. Sanctorum Communio. (성도의 교제)
    • Küng, Hans. Die Kirche. (교회)
Kerygma Dictionary
v7.0 (Agentic Chain)
2025-1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