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행

선행 (Werke, Gute)

1. 개요 및 정의 (Definition & Status Quaestionis)

기독교 신학에서 선행(Gute Werke; Bona Opera)은 신앙과 윤리, 그리고 칭의(Rechtfertigung)와 성화(Heiligung)의 관계를 규명하는 핵심적인 개념이다.

교의학적으로 선행은 인간의 자율적인 도덕적 성취가 아니라, 성령에 의해 거듭난 신자가 하나님의 뜻(Voluntas Dei)에 일치하여 수행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여기서 핵심 쟁점은 "선행이 구원에 기여하는가?"이다. 종교개혁 신학은 선행을 구원의 '공로(Meritum)'로 보는 것을 거부하지만, 참된 신앙은 반드시 선행이라는 '열매'를 맺어야 한다는 점(Necessitas)을 동시에 강조한다. 따라서 선행은 "구원을 얻기 위함이 아니라, 구원을 얻었기 때문에(Not for salvation, but from salvation)" 행하는 것이다.


2. 성서적 기초 (Biblical Foundations)

2.1. 구약성서: 관계적 충실성

구약에서 선행은 히브리어 '체다카(צְדָקָה, )'와 밀접하게 연관된다. 이것은 추상적인 도덕법칙의 준수가 아니라, 계약 관계(Covenant) 안에서 하나님과 이웃에게 충실한 상태를 의미한다. 예언자들은 제사 의식(Works of Ritual)보다 정의와 자비(미 6:8)를 진정한 선행으로 강조했다.

2.2. 신약성서: 바울과 야고보의 긴장?

신약학의 고전적인 난제는 바울과 야고보의 관계 설정이다.

  • 바울 (Paul): "율법의 행위(Werke des Gesetzes)"를 통해 의롭다 함을 얻을 육체는 없다(롬 3:20). 여기서 '행위'는 인간이 하나님 앞에서 자신의 의를 세우려는 시도로, 이는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헛되게 한다. 그러나 바울은 동시에 "사랑으로 역사하는 믿음"(갈 5:6)을 강조하며 성령의 열매로서의 윤리를 제시한다.
  • 야고보 (James): "행함이 없는 믿음은 죽은 것"(약 2:26). 야고보는 칭의의 근거가 아니라, 칭의의 증거(Evidentia)로서의 행위를 강조한다. 즉, 바울은 '율법주의'를 배격했고, 야고보는 '무율법주의(Antinomianism)'를 배격한 것으로, 두 사도는 "살아있는 신앙(Fides Viva)"이라는 동일한 실재의 다른 측면을 조명한 것이다.

3. 교회사적 발전 (Historical Development)

3.1. 중세 스콜라 신학: 공로 사상

중세 신학은 아우구스티누스의 은총론을 수용하면서도, 선행에 공로(Meritum)의 개념을 도입했다.

  • 적당한 공로 (Meritum de congruo): 인간이 최선을 다할 때 하나님이 은혜를 주시는 것.
  • 당연한 공로 (Meritum de condigno): 은혜 입은 상태에서 행한 선행이 영생의 상급을 받을 자격을 갖는 것. 이 구조는 인간의 행위를 구원의 협력 원인(Synergism)으로 만들 위험을 내포했다.

3.2. 종교개혁: 칭의와 선행의 급진적 분리

루터(Luther)는 선행이 칭의의 전제 조건이 되는 것을 철저히 거부했다.

"선한 사람이 선한 행위를 하는 것이지, 선한 행위가 사람을 선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다." (Martin Luther, Von den guten Werken, 1520)

루터에게 선행은 이웃을 섬기기 위해 자유롭게 흘러나오는 사랑의 행위였다.

3.3. 트리엔트 공의회 (Council of Trent)

가톨릭 교회는 종교개혁에 반박하며, 칭의가 단순히 법적인 선언(Forensic)을 넘어 내면의 쇄신을 포함한다고 규정했다. 따라서 은혜로 행한 선행은 하나님 앞에서 참된 공로가 되며 영생의 증가를 가져온다고 가르쳤다(DS 1582).

3.4. 마요르 논쟁 (Majoristischer Streit)과 일치신조

루터 사후, 루터교 내부에서 격렬한 논쟁이 발생했다.

  • 게오르크 마요르 (Georg Major): "선행은 구원에 필요하다(notwendig zur Seligkeit)."
  • 니콜라우스 폰 암스도르프 (N. von Amsdorf): "선행은 구원에 해롭다(schädlich)." 1577년 일치신조(Formula of Concord, Article IV)는 이 논쟁을 종결지었다:
  1. 선행은 구원의 공로로서 필요한 것이 아니다(마요르 배격).
  2. 그러나 참된 신앙에는 반드시 선행이 따른다(암스도르프 배격). 선행은 신앙의 존재 방식이지 구원의 획득 방식이 아니다.

4. 교의학적 종합 (Dogmatic Synthesis)

4.1. 선행의 3요소

개신교 정통주의는 진정한 선행(Bona Opera)이 성립하기 위한 세 가지 조건을 제시한다.

  1. 원인 (Causa): 믿음으로 의롭다 함을 받은 인격(Persona)에서 나와야 한다. (비신자의 도덕적 행위는 '시민적 의'일 뿐, 신학적 선행은 아니다.)
  2. 규범 (Norma): 하나님의 계명(Word of God)에 일치해야 한다. (자의적인 종교적 열심은 선행이 아니다.)
  3. 목적 (Finis): 하나님의 영광(Gloria Dei)과 이웃의 유익을 지향해야 한다.

4.2. 필연성(Necessitas)의 의미

"선행은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대해 신학은 "강요(Coactio)로서가 아니라, 불변의 질서(Ordo)로서 필요하다"고 답한다. 태양이 빛을 내는 것이 필연적이듯, 살아있는 신앙은 필연적으로 선행을 산출한다. 만약 선행이 전혀 없다면, 그 믿음은 죽은 것이다.


5. 결론: 현대적 적용 (Conclusion)

현대 신학에서 선행은 개인의 도덕을 넘어 사회적 책임과 공공신학의 영역으로 확장된다. 본회퍼(Bonhoeffer)가 말했듯, "값싼 은혜"는 선행 없는 칭의를 선포하는 이단적 태도이다. 선행은 칭의의 조건은 아니지만, 칭의받은 자가 세상 속에서 그리스도의 형상을 회복하는 방식이다.

📚 참고문헌 (Bibliography)

Primary Sources (Ad Fontes):

  • Biblia Hebraica Stuttgartensia (BHS).
  • Novum Testamentum Graece (NA28).
  • Die Bekenntnisschriften der evangelisch-lutherischen Kirche (BSLK), Göttingen 1930. (특히 Konkordienformel Art. IV).
  • Luther, Martin. Von den guten Werken (1520). WA 6, 202–276.
  • Concilium Tridentinum, Sessio VI (De iustificatione).

Secondary Literature (TRE Focus):

  • TRE Bd. 35, s.v. "Werke", Berlin/New York: De Gruyter, 2013, pp. 642–657.
  • Ebeling, Gerhard. Dogmatik des christlichen Glaubens, Bd. III, Tübingen: Mohr Siebeck, 1979.
  • Bayer, Oswald. Martin Luthers Theologie: Eine Vergegenwärtigung, Tübingen: Mohr Siebeck, 2003.

Connected Concepts

Kerygma Dictionary
v7.0 (Agentic Chain)
2025-1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