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죄

원죄 (Erbsünde / Peccatum Originale)

1. 개요 (Definition & Thesis)

원죄(Erbsünde)는 기독교 인간론의 핵심 개념으로, 죄가 단지 개별적인 도덕적 위반 행위(peccatum actuale)에 국한되지 않고, 모든 인간이 태어나면서부터 피할 수 없이 처해 있는 죄의 상태(Status Peccati)이자 구조적 연대성을 지칭한다.

라틴어 'Peccatum Originale'는 두 가지 차원을 내포한다:

  1. 기원적 원죄 (Peccatum originale originans): 인류의 시조(아담)에 의한 첫 범죄라는 역사적·신화적 사건.
  2. 결과적 원죄 (Peccatum originale originatum): 그로 인해 후손들에게 전가되거나 계승된 부패한 본성 및 죄책의 상태.

본 아티클의 핵심 테제(Golden Thread)는 원죄를 현대 신학적 관점에서 '생물학적 죄책의 유전'이 아니라, 인간이 자유로운 결단을 내리기 이전에 이미 신으로부터 소외된 실존적 상황(Existential Situation)에 던져져 있음(Geworfenheit)으로 재해석하는 것이다.


2. 성서적 기초 (Biblical Foundations)

2.1. 구약성서: 원인론(Aetiology)과 성향

구약성서에는 '원죄'라는 교리적 용어가 등장하지 않는다. 창세기 3장의 타락 기사는 인간의 고통과 죽음의 기원을 설명하는 원인론(Aetiology)적 서사이다.

  • 유대교 전통은 이를 원죄(구원받아야 할 상태)보다는 '예체르 하라(Yetzer Hara, 악한 충동)'로 해석하며, 이는 율법 준수를 통해 극복 가능한 성향으로 본다.
  • 시편 51:5("내가 죄악 중에서 출생하였음이여")는 교리적 진술이라기보다 탄원자의 철저한 자기 비하를 나타내는 시적 과장법으로 읽어야 한다.

2.2. 신약성서: 로마서 5장 12절의 논쟁

원죄 교리의 결정적 텍스트는 바울의 로마서 5:12-21이다. 여기서 바울은 아담-그리스도 유형론(Adam-Christ Typology)을 전개한다.

  • 핵심 쟁점 (eph ho): 헬라어 원문 eph ho (ἐφ’ ᾧ)는 "그것(죽음) 때문에 모든 사람이 죄를 지었다"라고 번역하는 것이 문법적으로 타당하다.
  • 불가타(Vulgata)의 오역: 그러나 라틴어 번역(Jerome)은 이를 in quo ("그(아담) 안에서 모든 사람이 죄를 지었다")로 번역했다. 이 오역은 아담의 죄가 생물학적으로 후손에게 내재한다는 서방 교회의 '유전적 원죄론'을 형성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3. 교의사적 발전 (Historical Development)

3.1. 아우구스티누스 vs. 펠라기우스 (서방 교회)

원죄론의 체계화는 아우구스티누스(Augustine)에 의해 완성되었다.

  • 아우구스티누스: 인류를 '멸망의 덩어리(Massa damnata)'로 규정했다. 죄는 성적 욕망(concupiscentia)을 통해 생물학적으로 유전되며, 유아라 할지라도 세례받지 않으면 그 원죄로 인해 정죄받는다고 주장했다.
  • 펠라기우스(Pelagius): 인간의 자유의지(liberum arbitrium)를 강조하며, 아담의 죄는 '모방(imitatio)'의 대상일 뿐 '유전(propagatio)'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교회는 펠라기우스를 이단으로 정죄했다(카르타고 [공의회](/article/칼케돈 공의회), 418).

3.2. 종교개혁: 인간론의 급진화

루터(Luther)와 칼뱅(Calvin)은 가톨릭의 스콜라 신학이 원죄를 단순히 '원의(Original Righteousness)의 결핍(privatio)'으로 약화시켰다고 비판했다.

  • 전적 타락 (Total Depravity): 루터는 원죄가 인간 본성의 일부분이 아니라, 지성, 의지, 감정 전체를 오염시킨 총체적 부패라고 주장했다. 인간은 incurvatus in se (자기 자신에게로 굽은 존재)이며, 노예 의지(servum arbitrium)를 가진다.

3.3. 근대 및 현대 신학

  • 계몽주의 (Kant): 칸트는 생물학적 유전을 거부했으나, 인간 이성 안의 '근본 악(Radikalböse)'이라는 개념으로 원죄의 실재성을 철학적으로 복원했다.
  • 키에르케고어: 『불안의 개념』에서 죄는 유전되는 것이 아니라, 자유가 자신의 가능성 앞에서 느끼는 '불안(Angst)'을 통해 개인이 질적 비약을(Qualitative Leap) 이루며 죄로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 칼 바르트 (K. Barth): 원죄를 시간적 인과관계가 아닌, 그리스도의 은총 안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보편적 교만으로 해석했다. 우리는 그리스도를 거부하는 그 자리에서 아담과 연대한다.

4. 조직신학적 재구성 (Dogmatic Reconstruction)

오늘날 원죄 교리는 생물학적 유전설을 넘어 다음과 같은 구조로 이해되어야 한다:

  1. 구조적 (Structural Sin): 개인은 태어나면서부터 이미 이기심, 폭력, 소외가 구조화된 사회적 매트릭스 안에 놓인다. 이것은 개인이 선택하지 않았으나 벗어날 수 없는 '죄의 연대성'이다.
  2. 선험적 부자유 (Transcendental Unfreedom): 인간은 선을 행할 의지는 있으나 선을 온전히 성취할 능력은 결여되어 있다. 이는 은총의 절대적 필요성을 역설적으로 증명한다.
  3. 책임과 비극성: 원죄는 "내가 하지 않은 일에 대한 죄책"이라는 모순을 안고 있다. 이는 죄가 단순한 행위가 아니라, 인간 존재론적 심연에 자리 잡은 하나님 부재(God-lessness)의 상태임을 보여준다.

5. 참고 문헌 (Bibliography)

  1. TRE (Theologische Realenzyklopädie): Gestrich, Christof. "Erbsünde." In TRE Bd. 10, 1982, 136-172.
  2. Primary Source (Augustine): Augustine. De peccatorum meritis et remissione et de baptismo parvulorum. (CSEL 60).
  3. Primary Source (Luther): Luther, Martin. De servo arbitrio (1525). WA 18.
  4. Modern Dogmatics: Barth, Karl. Kirchliche Dogmatik IV/1. Zürich: TVZ, 1953. (Die Lehre von der Versöhnung).
  5. Philosophy: Kierkegaard, Søren. Der Begriff Angst. (SKS 4).
  6. K. Barth/H. Vogel: Das Wort Gottes und die Erbsünde. München: Kaiser, 1932.
Kerygma Dictionary
v7.0 (Agentic Chain)
2025-1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