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법과 복음

율법과 복음 (Gesetz und Evangelium)

1. 개요 (Definition & Thesis)

율법과 복음(Gesetz und Evangelium)의 구분은 종교개혁 신학, 특히 루터교 신학을 지탱하는 핵심적인 해석학적 원리이자 구조적 틀이다. 이는 구약과 신약이라는 서지적 구분이 아니라, 인간을 향한 하나님의 말씀이 수행하는 두 가지 상반된, 그러나 상호보완적인 기능에 관한 것이다.

  • 율법(Lex)은 "행하라(Fac)"라고 명령하며, 인간의 죄를 폭로하고 정죄하여 '죽이는 직무'를 수행한다. (하나님의 낯선 사역, Opus Alienum)
  • 복음(Evangelium)은 "그리스도께서 다 이루셨다(Factum est)"라고 선포하며, 죄인에게 그리스도의 의를 전가하여 '살리는 직무'를 수행한다. (하나님의 고유한 사역, Opus Proprium)

이 두 가지를 혼동하지 않고 올바르게 구분하는 것은 마틴 루터(M. Luther)가 말했듯 "성령만이 가르칠 수 있는 최고의 예술"이다.

2. 성서적 기초 (Biblical Foundations)

2.1. 구약의 토라 (Torah)

히브리어 토라(תּוֹרָה)는 단순한 법적 규범(Law)이라기보다 하나님의 '가르침' 혹은 '지시'를 의미한다. 구약 내에서 율법은 언약 관계 안에 있는 백성에게 주어지는 삶의 길이었다. 그러나 예언서(렘 31:31-34)는 인간의 죄성으로 인해 율법이 내면화되지 못함을 지적하며, 마음에 기록될 '새 언약'을 예고한다.

2.2. 바울의 급진적 해석 (Paulinische Dialektik)

사도 바울은 헬라어 노모스(νόμος)를 사용하여 율법의 기능을 급진적으로 재해석한다.

  • 정죄의 기능: 율법은 거룩하지만, 아래 팔린 인간에게는 진노를 이루게 하는 도구가 된다(롬 4:15). 율법의 행위로는 의롭다 하심을 얻을 육체가 없다(롬 3:20).
  • 몽학선생 (Paidagogos): 갈라디아서 3장 24절에서 율법은 우리를 그리스도께로 인도하는 '초등교사'로 묘사된다. 이는 율법이 구원의 수단이 아니라, 구원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하는 예비적 기능을 함을 보여준다.

3. 역사적 전개 (Historische Entfaltung)

3.1. 스콜라 신학과 종교개혁의 단절

중세 스콜라 신학은 복음을 '새로운 법(Nova Lex)'으로 이해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들은 구약의 의식법과 도덕법을 구분하고, 그리스도가 모세보다 더 완전한 법을 주었다고 보았다(가톨릭의 Fides caritate formata). 반면, 마틴 루터는 1515-16년 로마서 강의와 1531년 갈라디아서 강의를 통해 이 도식을 파괴했다. 루터에게 율법과 복음은 '질적인 차이'를 가진다. 율법이 요구하는 (Iustitia activa)와 복음이 주는 의(Iustitia passiva)는 양립할 수 없으며, 오직 믿음으로만 연결된다.

3.2. 일치 신조 (Formula of Concord, 1577)

루터 사후, 율법의 기능에 대한 논쟁(Antinomian Controversy)이 발생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일치 신조 제5조는 율법과 복음의 구분을 "눈동자처럼 지켜야 할 교리"로 규정하며, 율법의 세 가지 용도(Triplex usus legis)를 확립했다.

4. 교의학적 구조와 쟁점 (Dogmatische Struktur)

4.1. 율법의 용도 (Usus Legis)

전통적 개신교 정통주의는 율법의 기능을 세 가지로 분류한다.

  1. 정치적 용도 (Usus Politicus): 악을 억제하고 사회 질서를 유지하는 외적 강제력 (둑의 역할).
  2. 신학적 용도 (Usus Elenchticus/Paedagogicus): 죄를 깨닫게 하여 그리스도께로 몰아가는 거울의 역할. (루터교의 핵심)
  3. 제3의 용도 (Tertius Usus Legis): 중생한 성도에게 삶의 규범을 제시하는 역할.
    • 쟁점: 루터교는 신학적 용도를 강조하는 반면, 칼뱅주의(Reformed)는 제3의 용도를 율법의 주된 목적으로 보았다. 칼뱅에게 율법은 채찍일 뿐 아니라, 가야 할 길을 알려주는 지도다.

4.2. 바르트의 반전: "복음과 율법" (Evangelium und Gesetz)

20세기 신학자 칼 바르트(Karl Barth)는 루터교의 "율법-복음" 순서가 율법을 자연신학적으로 오해하게 만들 위험이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1935년 논문에서 "복음과 율법"으로 순서를 뒤집었다.

  • 내용: 율법은 복음의 형식이며, 복음은 율법의 내용이다. 우리는 하나님의 은혜(복음)를 먼저 알 때라야 비로소 우리의 죄(율법의 심판)를 진정으로 알 수 있다는 것이다.

5. 결론 (Conclusio)

율법과 복음의 관계는 기독교 신학의 심장 박동과 같다. 이 긴장이 무너져 율법만 남으면 율법주의(Legalism)에 빠져 절망에 이르고, 복음만 남으면 방종(Antinomianism)에 빠져 윤리를 상실한다. 교회는 끊임없이 율법을 통해 옛 자아를 죽이고, 복음을 통해 새 자아를 살리는 말씀의 사역을 수행해야 한다.


📚 참고문헌 (Bibliography)

  • Primary Source: Die Bekenntnisschriften der evangelisch-lutherischen Kirche (BSLK). Göttingen: Vandenhoeck & Ruprecht, 1930.
  • Primary Source: Barth, Karl. Evangelium und Gesetz. Theologische Existenz heute 32. München: Kaiser, 1935.
  • Reference: Ebeling, Gerhard. "Gesetz und Evangelium." In Theologische Realenzyklopädie (TRE), Bd. 13, 40-126. Berlin/New York: De Gruyter, 1984.
  • Secondary: Elert, Werner. Law and Gospel. Philadelphia: Fortress Press, 19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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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n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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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7.0 (Agentic Chain)
2025-1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