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 (Sünde) / Peccatum

죄 (Sünde)

1. 개요 (Definition & Thesis)

신학적 맥락에서 죄(Sünde, Peccatum)는 단순한 도덕적 규범의 위반이나 실수(Fehltritt)를 넘어선다. 이것은 인간 존재의 근원적인 파열(Riss)을 의미한다. 조직신학적으로 죄는 하나님, 이웃, 그리고 자아와의 관계가 단절된 상태를 지칭하며, 그 본질은 불신앙(Unglaube)과 교만(Superbia)에 있다.

본 항목의 황금 실(Golden Thread)은 죄를 행위(Actus) 이전에 상태(Status)로 파악하는 것이다. 죄는 하나님이 선하게 창조한 질서에 대한 '불가능한 가능성'(unmögliche Möglichkeit, K. Barth)이며, 인간이 자기 자신을 절대화하여 하나님 없이 존재하려는 자기 폐쇄성(Cor curvum in se)이다. 따라서 기독교의 죄론(Hamartiologie)은 인간의 비참함(Elend)을 폭로함과 동시에, 오직 외부로부터 오는 은총(Sola Gratia)의 필연성을 역설적으로 증언한다.


2. 성서적 기초 (Biblical Foundations)

2.1. 구약성서: 과녁을 빗나감과 반역

구약성서의 개념은 제의적 부정(Unreinheit)에서 인격적 관계의 파괴로 발전한다.

  • 하타(ḥāṭāʾ, חָטָא): 가장 빈번히 사용되는 용어로, 문자적으로는 "과녁을 빗나가다"(das Ziel verfehlen)를 의미한다(삿 20:16). 이는 하나님이 제시한 생명의 길에서 이탈한 상태를 가리킨다.
  • 페샤(pešaʿ, פֶּשַׁע): "반역"(Aufruhr) 혹은 "관계의 단절"을 의미한다. 이는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언약(Bund) 관계에 있는 당사자가 의도적으로 관계를 깨뜨리는 행위다(사 1:2).
  • 아본(ʿāwōn, עָוֹן): "비틀어짐" 혹은 "죄책"(Schuld)을 의미하며, 죄의 행위뿐만 아니라 그로 인한 내면적 왜곡과 형벌의 결과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구약에서 죄는 개별적 행위를 넘어 이스라엘 공동체의 연대적 책임(Kollektivhaftung)으로 나타나며, 결국 하나님 얼굴을 피하는 것(시 51)이 죄의 본질로 규정된다.

2.2. 신약성서: 세력으로서의 죄

신약, 특히 바울 신학에서 죄는 단순한 행위들의 집합이 아니라, 인간을 지배하는 우주적 세력(Macht)으로 인격화된다.

  • 하마르티아(hamartía, ἁμαρτία): 바울은 죄를 인간을 노예로 삼는 주인(Kyrios)으로 묘사한다(롬 6:12-14). 죄는 율법을 기회로 삼아 인간 안에서 탐심을 일으키고 죽음에 이르게 한다(롬 7:8).
  • 불신앙과 자기 의: 요한복음에서 죄의 핵심은 예수 그리스도를 믿지 않는 것이다(요 16:9). 바울에게 있어 죄는 하나님의 의(Dikaiosyne Theou)를 거부하고 '자기 의'를 세우려는 시도이다.

3. 교회사적 발전 (Historical Development)

3.1. 서방 교회의 전환점: 아우구스티누스 (Augustinus)

서방 죄론의 기초는 아우구스티누스와 펠라기우스(Pelagius)의 논쟁에서 확립되었다.

  • 원죄(Peccatum originale): 아우구스티누스는 아담타락 이후 모든 인간이 '죄 지을 수밖에 없는 상태'(non posse non peccare)에 놓였다고 보았다. 죄는 유전적이며, 본성(Natura) 자체가 오염되었다.
  • 선의 결핍(Privatio Boni): 그는 죄를 독립적인 실체가 아니라, 선(Good)의 결핍 혹은 부재로 정의하여 마니교적 이원론을 극복했다.

3.2. 종교개혁: 루터 (Luther)

마르틴 루터는 중세 스콜라 신학의 부분적인 죄 이해를 거부하고 죄론을 급진화했다.

  • Totalitas (전적 타락): 죄는 인간의 이성이나 의지의 일부 결함이 아니라, 전인격(Totus Homo)의 부패다.
  • Incurvatus in se (자기에게로 굽은 인간): 루터는 죄의 본질을 인간이 하나님조차도 자신의 목적을 위해 이용하려는 이기적 자기 폐쇄성으로 정의했다(WA 56, 304).

3.3. 현대 신학: 구조악과 소외

  • 슐라이어마허: 죄를 '하나님 의식'(Gottesbewusstsein)의 방해로 심리화했다.
  • 키에르케고어: 『죽음에 이르는 병』에서 죄를 절망, 즉 자기가 자기 자신이 되려 하지 않거나, 하나님 앞에서 홀로 서지 못하는 실존적 상태로 규명했다.
  • 해방신학: 죄의 사회적, 구조적 차원(Strukturelle Sünde)을 강조하며, 억압적인 정치-경제 시스템 자체가 죄의 구체적 발현임을 지적한다.

4. 조직신학적 구조 (Systematic & Dogmatic Analysis)

4.1. 원죄와 자범죄 (Erbsünde und Tatsünde)

전통 신학은 원죄(Peccatum habituale)와 자범죄(Peccatum actuale)를 구분한다.

  • 원죄는 아담의 타락으로 인해 인류가 공유하는 죄책과 오염된 상태를 말한다. 이는 우리가 '왜 죄를 짓는가'에 대한 선험적 조건이다.
  • 자범죄는 그 상태에서 나오는 구체적인 생각, 말, 행위의 위반이다.
  • 현대적 재해석: 판넨베르크(Pannenberg) 등은 원죄를 생물학적 유전이 아니라, 인간이 태어나면서부터 자기중심성을 가질 수밖에 없는 보편적 운명으로 해석한다.

4.2. 죄의 결과: 죽음과 소외

죄의 삯은 사망이다(롬 6:23). 이는 생물학적 죽음뿐만 아니라, 생명의 근원인 하나님으로부터의 단절(영적 죽음)을 의미한다. 죄는 인간을 고립시키고, 공동체를 파괴하며, 피조 세계를 오염시킨다.

4.3. 불가능한 가능성 (Das Nichtige)

칼 바르트(Karl Barth)는 죄를 설명할 수 없는 '부조리'(Surd)로 보았다. 하나님은 죄를 창조하지 않았기에 죄는 존재론적 근거가 없다. 그러나 죄는 십자가에서 하나님을 대적하는 무서운 힘으로 나타난다. 죄는 하나님의 '아니오'(Nein)에 의해 규정된 무(Das Nichtige)이다.


5. 결론 및 참고문헌 (Conclusion & Bibliography)

결론: 죄는 도덕적 개선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죄가 하나님과의 관계 단절(존재론적 문제)이라면, 구원은 오직 밖으로부터 오는 관계의 회복(Extra nos), 즉 십자가를 통한 칭의(Rechtfertigung)로만 가능하다. 죄의 깊이를 아는 것만이 은혜의 높이를 이해하는 길이다.

주요 참고문헌 (Bibliography / TRE)

  • TRE (Theologische Realenzyklopädie)
    • Sünde, in: TRE Bd. 32, Berlin/New York 2001, S. 360–484.
    • Willi, T. (Altes Testament), S. 360–370.
    • Dautzenberg, G. (Neues Testament), S. 370–382.
    • Wenz, G. (Dogmatisch), S. 445–462.
  • Sources
    • Augustinus, De civitate Dei (신국론).
    • Luther, M., De servo arbitrio (노예의지론, 1525).
    • Kierkegaard, S., Sygdommen til Døden (죽음에 이르는 병, 1849).
    • Barth, K., Kirchliche Dogmatik IV/1 (교회교의학, 화해론).

Kerygma Dictionary
v7.0 (Agentic Chain)
2025-1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