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월

초월 (Transzendenz)

1. 개요 (Definition & Thesis)

초월(Transzendenz)은 라틴어 transcendere(넘어서다, 초과하다)에서 유래한 개념으로, 신학적으로는 신이 피조된 세계(Mundus), 자연, 역사, 그리고 인간의 이성적 한계 "너머에 있음"을 의미한다. 이는 신의 존재론적 속성으로서 내재(Immanenz)와 변증법적 대립 쌍을 이루며, 기독교 신론의 핵심인 '창조주와 피조물의 질적 차이'를 규정한다.

본 아티클의 Golden Thread(핵심 논지)는 다음과 같다: 기독교적 초월은 단순히 이신론(Deism)적인 거리두기가 아니다. 그것은 신이 세계에 종속되지 않는 절대적 자유(Absolutheit)를 지니면서도, 바로 그 초월적 자유로 인해 세계 내로 자신을 계시할 수 있는 '자유 안의 사랑(Liebe in der Freiheit)'의 역설적 신비를 가리킨다. 칸트 이후 철학적 초월(인식 불가능성)과 신학적 초월(거룩성)의 구분은 현대 신학의 가장 치열한 전장이 되었다.


2. 성서적 기초 (Biblical Foundations)

2.1. 구약성서: 거룩함 (Die Heiligkeit als Absonderung)

구약에서 초월의 개념은 추상적 형이상학이 아닌, 야훼(YHWH)의 거룩함(Qadosh)을 통해 드러난다.

  • 어원적 의미: 히브리어 어근 q-d-š는 '잘라내다', '분리하다'를 의미한다. 이는 신이 피조 세계의 어떤 영역과도 혼동될 수 없음을 시사한다.
  • 이사야 55:8-9: "내 생각은 너희 생각과 다르며... 하늘이 땅보다 높음 같이." 여기서 초월은 존재론적 위치(Locality)가 아닌 질적 차이(Qualitas)를 의미한다.
  • 우상 금지(Bilderverbot): 출애굽기 20장의 제2계명은 신의 초월성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이다. 신을 피조물의 형상(Imago)으로 고착화하는 것은 신의 초월적 자유를 제한하는 '길들임'의 시도이므로 엄격히 금지된다.

2.2. 신약성서: 가까이 하지 못할 빛 (Lux Inaccessibilis)

신약은 초월을 유지하면서도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급진적 내재를 선포한다.

  • 디모데전서 6:16: "오직 그에게만 죽지 아니함이 있고 가까이 가지 못할 빛에 거하시고." 이는 초기 기독교가 헬레니즘적 배경 속에서도 하나님의 절대적 타자성을 견지했음을 보여준다.
  • 요한복음 1:18: "본래 하나님을 본 사람이 없으되." 이 구절은 인간의 자연적 능력으로는 초월자에 도달할 수 없음을 선언함과 동시에, 독생하신 하나님(그리스도)을 통한 '초월의 자기 계시'를 역설한다.

3. 역사적·철학적 전개 (Historische Entwicklung)

3.1. 교부 및 스콜라 신학 (Patristik & Scholastik)

  • 부정 신학(Theologia Negativa): 위-디오니시우스(Pseudo-Dionysius)는 신은 모든 긍정적 서술을 초월하므로, 오직 "신은 ~이 아니다"라는 방식으로만 서술될 수 있다고 보았다. 이는 초월을 신비(Mysterium)의 영역으로 격상시켰다.
  • 아퀴나스의 유비(Analogia Entis): 토마스 아퀴나스는 초월과 내재 사이의 긴장을 '존재의 유비'로 해결하려 했다. 피조물은 창조주를 닮았으나(similitudo), 그 차이(dissimilitudo)는 항상 더 크다는 원칙(in tanta similitudine major dissimilitudo)을 통해 초월성을 확보했다.

3.2. 근대 철학의 전회 (Die Wende der Moderne)

  • 임마누엘 칸트(Immanuel Kant): 그는 '초월적(transzendent)'과 '선험적(transzendental)'을 엄격히 구분했다. 칸트에게 신은 순수 이성의 인식 한계 너머에 있는 '물자체(Ding an sich)'로서, 이론적으로 인식 불가능한 영역으로 밀려났다. 이는 고전적 초월론을 인식론적 한계론으로 변환시켰다.
  • 자유주의 신학: 슐라이어마허(Schleiermacher)는 초월을 인간 내면의 '절대 의존 감정' 속에서 찾음으로써, 신의 외적 초월성을 인간 의식의 내재성으로 해소하려는 경향을 보였다.

4. 교의학적 구성 (Dogmatische Konstruktion)

4.1. 변증법적 신학: 무한한 질적 차이

20세기 신학은 19세기 내재주의에 대한 반동으로 초월을 재발견했다.

  • 칼 바르트(Karl Barth): 《로마서 강해》 제2판에서 그는 키에르케고르를 인용하며 "시간과 영원,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무한한 질적 차이(unendlicher qualitativer Unterschied)"를 선언했다. 그에게 초월은 인간의 종교적 도약으로 닿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오직 위로부터 수직으로 꽂히는 계시(Senkrecht von oben)를 통해서만 인식된다. 바르트에게 신은 '전적 타자(Totaliter Aliter)'이다.

4.2. 폴 틸리히: 존재의 깊이 (Tiefe des Seins)

틸리히(Paul Tillich)는 초월을 공간적 '높이'가 아닌 실존적 '깊이'로 재해석했다. 그에게 신은 존재의 근거(Ground of Being)이며, 초월은 우리 존재의 가장 깊은 심연에서 경험되는 궁극적 관심(Ultimate Concern)이다. 이는 바르트의 '타자적 초월'과는 다른, '내재적 초월'의 모색이었다.

4.3. 볼프하르트 판넨베르크: 미래로서의 초월

판넨베르크(W. Pannenberg)는 초월을 시간성 안으로 가져왔다. 하나님은 '미래의 능력(Die Macht der Zukunft)'으로서 현재를 규정하고 이끌어간다. 여기서 초월은 공간적 외부가 아니라, 아직 오지 않은 종말론적 미래가 된다.


5. 결론 및 신학적 함의 (Conclusio)

오늘날 초월(Transzendenz)의 문제는 "세속화된 시대에 어떻게 신을 말할 것인가?" 문제와 직결된다.

  1. 비우상화: 신의 초월성은 신을 인간의 이념이나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려는 모든 시도를 비판하는 근거가 된다.
  2. 은총의 가능성: 신이 세계에 갇히지 않고 초월해 있다는 사실만이, 로 인해 닫힌 세계(Incurvatus in se)를 구원할 외부적 힘의 가능성을 보장한다.

따라서 건전한 기독교 신학은 초월을 통한 도피(Escapism)가 아니라, 초월자의 자유로운 자기 증여인 계시(Offenbarung)를 통해 세계를 변혁하는 동력을 얻는다.


📚 참고문헌 (Selected Bibliography)

  • Primary Sources (Ad Fontes)

    • Biblia Hebraica Stuttgartensia (BHS).
    • Novum Testamentum Graece (NA28).
    • Thomas Aquinas. Summa Theologiae, I, q. 1-13.
    • Kant, Immanuel. Kritik der reinen Vernunft (KrV).
    • Barth, Karl. Der Römerbrief (1922).
  • Secondary Literature (Theologische Realenzyklopädie & Monographs)

    • Colpe, C., et al. "Transzendenz." In Theologische Realenzyklopädie (TRE), Bd. 34, 1-36. Berlin: De Gruyter.
    • Otto, Rudolf. Das Heilige. München: C.H. Beck, 1917.
    • Jüngel, Eberhard. Gott als Geheimnis der Welt. Tübingen: Mohr Siebeck, 1977.
    • Macquarrie, John. In Search of Deity: An Essay in Dialectical Theism. London: SCM Press, 1984.
Kerygma Dictionary
v7.0 (Distributed Genius Edition)
2025-1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