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
창조(Creation)는 하나님이 자신의 자유로운 의지로 무로부터(ex nihilo) 우주를 존재하게 하신 사건이자, 지금도 만물을 보존하시고 완성으로 이끄시는 역동적 과정이다. 고전적 신학이 하나님의 절대 주권을 강조하는 '무로부터의 창조'에 집중했다면, 현대 신학은 하나님의 자기 비움(Zimsum)과 내재를 통한 지속적 창조(Creatio continua), 그리고 종말론적 완성을 의미하는 새 창조(Nova creatio)를 통합적으로 조명한다.
창조 (Schöpfung, Creatio): 삼위일체 하나님의 우주적 사역
분류: 조직신학 / 교의학 언어: 한국어 (전문 용어: 라틴어/독일어 병기) 출처: Evangelisches Kirchenlexikon (EKL4)
📋 초록
기독교의 창조 교리는 우주 기원에 대한 과거의 설명에 그치지 않는다. 전통적인 '무로부터의 창조'(Creatio ex nihilo)는 세계가 신의 일부(범신론)나 영원한 물질(이원론)이 아니라, 하나님의 자유로운 결단의 산물임을 선언한다. 그러나 현대 신학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하나님이 피조물을 위해 자신의 절대성을 제한하고 공간을 내어주는 '케노시스적 창조'와, 종말을 향해 열려 있는 미래 지향적 '새 창조'로 그 지평을 확장하고 있다.
I. 창조의 세 가지 차원
1. 무로부터의 창조
무로부터의 창조는 세상이 선재하는 물질이나 하나님 자신으로부터 유출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자유로운 의지와 말씀에 의해 무(無)에서 존재하게 되었음을 강조한다. 이는 세계가 하나님과 구별되면서도 하나님께 전적으로 의존하는 존재임을 명확히 한다.
2. 지속적 창조
지속적 창조는 하나님의 창조 행위가 태초의 단일 사건에 국한되지 않고,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보존하시며, 궁극적인 완성을 향해 이끌어 가시는 역동적인 과정임을 강조한다. 이는 섭리 교리와 밀접하게 연결되며, 매 순간 세계가 허무로 돌아가지 않도록 붙드시는 하나님의 활동을 의미한다.
3. 새 창조 (Nova creatio): 종말론적 완성
새 창조는 단순히 기존 창조의 회복이나 개선을 넘어, 하나님이 궁극적으로 모든 것을 새롭게 하실 것이라는 약속을 의미한다. 죄와 죽음으로 타락한 현재의 창조 질서가 예수 그리스도의 재림과 함께 완전히 변혁되어, 새로운 하늘과 새로운 땅이 도래할 것이라는 비전이다. 부활하신 그리스도는 이 새 창조의 첫 열매(Prolepsis)이다.
II. 신학적 쟁점과 대화
1. 몰트만(Moltmann)의 짐춤(Zimsum)과 케노시스
현대 신학자 위르겐 몰트만(Jürgen Moltmann)은 유대 신비주의(카발라)의 '짐춤'(Zimsum) 개념을 도입하여 창조를 재해석한다. 하나님은 자신의 무소부재함과 전지전능함을 '자기 제한(Selbstbeschränkung)'함으로써 피조물이 존재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셨다. 이 '짐춤'이 창조가 가능한 전제 조건이다. 즉, 창조는 힘의 과시가 아니라 하나님의 자기 비움(Kenosis)과 사랑의 공간 내어줌에서 시작되었다. 하나님은 "창조 안에 거하신다."
2. 판넨베르크(Pannenberg)의 창조론: 우연성과 역사
볼프하르트 판넨베르크(Wolfhart Pannenberg)는 신학이 과학과 분리될 수 없다고 보았다. 그는 우주의 우연성(Contingency)과 규칙성(필연성) 사이의 관계를 강조한다. 자연 법칙은 고정불변의 필연이 아니라, 하나님의 신실하신 통치의 표현일 뿐이다.
또한 판넨베르크는 창조를 역사와 긴밀하게 연결한다. 그는 창조를 단순히 과거의 한 사건으로 보지 않고, 역사의 전체 과정 속에서 점진적으로 계시되는 하나님의 행위로 이해한다. 특히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 사건은 창조의 궁극적인 의미와 목표를 드러내는 결정적인 계시로 간주된다. 창조는 종말론적인 관점에서 이해되며, 미래의 완성(새 창조)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으로 파악된다.
3. 생태 위기와 창조 영성
인간중심적 지배 사상이 환경 파괴를 정당화했다는 비판 앞에서, 기독교는 인간을 자연의 '지배자'가 아닌 '청지기' 혹은 '자연의 제사장'으로 재정의한다. 창조 세계는 착취의 대상이 아니라, 하나님의 영광이 깃든 성전(Temple)이며, 인간은 그 안에서 창조의 찬양을 인도하는 존재다.
III. 과학과 신학의 대화
현대 신학에서 '과학과 신학의 대화'는 과학적 발견과 신학적 진리 사이의 관계를 탐구하고 조화를 모색하는 학제 간 연구 분야이다. 주요 주제는 다음과 같다:
- 창조론과 진화론: 하나님의 창조 방식을 진화를 통한 점진적인 과정으로 이해하거나, 과학이 "어떻게" 세상이 존재하게 되었는지를 설명한다면, 신학은 "왜" 세상이 존재하며 그 목적이 무엇인지를 설명하는 영역으로 구분한다.
- 우주론과 하나님의 존재: 현대 우주론의 발견들(예: 우주의 미세 조정)이 하나님의 존재에 대한 논증이나 설계론적 주장을 어떻게 강화하거나 도전하는지 탐구한다.
- 생명 윤리: 생명 복제, 유전자 조작, 인공지능 등 현대 과학 기술이 제기하는 윤리적 문제들에 대해 신학적 관점에서 비판적 성찰과 지침을 제공한다.
📚 참고문헌
1차 문헌
- Moltmann, Jürgen. Gott in der Schöpfung (창조 안에 계신 하나님). München: Kaiser, 1985.
- Pannenberg, Wolfhart. Systematische Theologie II. Göttingen, 1991.
- Evangelisches Kirchenlexikon (EKL4). Göttingen: Vandenhoeck & Ruprecht. [RAG Citation]
2차 문헌
- Polkinghorne, John. Science and Creation. SPCK, 19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