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위일체
삼위일체 (Trinität)
1. 개요 (Definition & Thesis)
삼위일체(Trinität, Trinitas)는 기독교 신관의 핵심으로, 하나님은 본질(Ousia, Substantia)에 있어서는 하나이시나, 위격(Hypostasis, Persona)에 있어서는 셋(성부, 성자, 성령)으로 존재하신다는 교리이다. 이는 세 신을 믿는 삼신론(Tritheism)도 아니며, 한 하나님이 시대에 따라 가면만 바꿔 쓴다는 양태론(Modalism)도 아니다.
현대 신학, 특히 칼 라너(Karl Rahner)와 위르겐 몰트만(Jürgen Moltmann)에 이르러 삼위일체론은 단순한 형이상학적 사변이 아니라, 하나님이 역사 속에서 인간과 어떻게 관계 맺으시는지를 설명하는 '구원의 문법'으로 재해석되었다. 이 글의 핵심 논지(Golden Thread)는 구원 역사 속에 나타난 하나님(경륜적 삼위일체)이 곧 하나님 자신의 영원한 존재 방식(내재적 삼위일체)과 일치한다는 점에 있다.
2. 성서적 기초 (Biblical Foundations)
성서에는 "삼위일체"라는 명시적 단어는 등장하지 않으나, 그 개념의 실체는 구약의 암시와 신약의 계시 속에 뿌리 박혀 있다.
2.1. 구약 (Altes Testament)
구약은 철저한 유일신 사상(Monotheismus)을 견지하지만(신 6:4), 하나님의 존재 내부에 복수성(Plurality)을 암시하는 흔적들이 존재한다.
- 복수형 호칭: '엘로힘(Elohim)'과 "우리가 사람을 만들고"(창 1:26)라는 표현.
- 여호와의 사자: 하나님과 동일시되면서도 구별되는 인격적 현현.
- 지혜와 말씀: 잠언 8장의 의인화된 지혜는 창조의 중보자로서 성자의 선재성을 예표한다.
2.2. 신약 (Neues Testament)
신약에서 하나님은 구체적인 구원 사건을 통해 삼위적 구조로 경험된다.
- 수세 명구 (Taufbefehl):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마 28:19)는 초대 교회의 전례적 정식이었다.
- 축도 (Segensgruß):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와 하나님의 사랑과 성령의 교통하심"(고후 13:13)은 삼위가 구원 사역에 동등하게 참여함을 보여준다. 여기서 삼위일체는 교리 이전에 '예배와 경험의 현실'이었다.
3. 교의학적 발전 (Dogmatic Development)
3.1. 고전적 정식의 확립 (Nicaea to Constantinople)
초대 교회는 아리우스(Arius)의 종속설과 사벨리우스(Sabellius)의 양태론을 배격하며 정통 교리를 확립했다.
- 니케아 [공의회](/article/칼케돈 공의회) (325): 성자는 성부와 '동일 본질(Homoousios)'임을 선포.
- 갑바도키아 교부들: "하나의 본질(Mia Ousia), 세 위격(Treis Hypostaseis)"이라는 용어를 정착시켰다. 이들은 위격 간의 구별을 오직 '관계(Relation)'와 '기원(Origin)'—아버지는 낳으시고, 아들은 낳아지시고, 성령은 발출하심—에 두었다.
3.2. 현대 신학의 르네상스 (Modern Reconstruction)
칸트와 계몽주의 이후 소외되었던 삼위일체론은 20세기에 들어와 칼 라너와 위르겐 몰트만에 의해 신학의 중심으로 복귀했다.
A. 칼 라너: 라너의 규칙 (Rahner's Rule)
가톨릭 신학자 칼 라너(Karl Rahner)는 그의 저서 Der Dreifaltige Gott에서 서구 신학이 삼위일체론을 구원론과 분리된 고립된 사변으로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다음과 같은 근본 공리(Grundaxiom)를 제시한다:
"경륜적 삼위일체는 곧 내재적 삼위일체이며, 내재적 삼위일체는 곧 경륜적 삼위일체이다." (Die ökonomische Trinität ist die immanente Trinität und umgekehrt.)
이는 하나님이 역사 속에서 자신을 계시하신 모습(성육신, 성령 강림)이 가면을 쓴 것이 아니라, 하나님 본연의 존재 방식 그 자체라는 뜻이다. 하나님은 자신을 줌(Selbstmitteilung)으로써 존재하시는 분이다.
B. 위르겐 몰트만: 사회적 삼위일체 (Social Trinity)
개신교 신학자 위르겐 몰트만(Jürgen Moltmann)은 Trinität und Reich Gottes에서 단일한 주체(Subject)로서의 하나님 개념이 절대 군주제를 정당화했다고 비판하며, '사회적 삼위일체론(Soziale Trinitätslehre)'을 주창했다.
- 페리코레시스 (Perichoresis): 몰트만은 삼위의 관계를 위계가 아닌 '상호 침투'와 '순환적 내주'로 설명한다.
- 십자가와 삼위일체: 성부와 성자는 십자가의 고통을 함께 나누며(Patripassianism의 수정된 형태), 성령은 그 사랑의 띠가 된다. 몰트만에게 삼위일체는 폐쇄적인 원이 아니라, 고통받는 세상을 향해 열린 공동체이다.
4. 결론 및 종합 (Synthesis)
삼위일체 교리는 하나님을 고독한 군주나 추상적인 원리로 이해하는 것을 거부한다. 라너가 밝힌 대로 하나님은 역사 속에서 자신을 온전히 내어주시는 분이며, 몰트만이 통찰한 대로 하나님은 사랑의 사귐(Koinonia) 속에 거하시는 분이다.
결국 삼위일체를 믿는다는 것은, 성부의 창조와 성자의 구속과 성령의 성화가 별개의 사건이 아니라, 우리를 당신의 영원한 사귐(Perichoresis) 속으로 초대하시는 한 분 하나님의 거대한 구원 드라마임을 고백하는 것이다.
5. 참고 문헌 (Bibliography)
- Rahner, Karl. Der Dreifaltige Gott als urgründendes Geheimnis unserer Erlösung. In: Mysterium Salutis, Bd. II. Einsiedeln/Köln: Kösel, 1967. (English: The Trinity, Herder & Herder).
- Moltmann, Jürgen. Trinität und Reich Gottes: Zur Gotteslehre. München: Kaiser, 1980.
- Augustinus, Aurelius. De Trinitate. (신학대전, 라틴어 원전 참조).
- Müller, Gerhard (Hrsg.). Theologische Realenzyklopädie (TRE). Bd. 34. Berlin: De Gruyter, 2002. Art. "Trinitä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