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리
교리 (Dogma)
1. 개요 (Definition & Thesis)
교리(Dogma)는 교회가 하나님의 말씀(Verbum Dei)에 근거하여 신앙과 삶의 규범으로 공적으로 고백하고 가르치는 진리 명제를 의미한다. 헬라어 dógma에서 유래한 이 용어는 본래 "의견" 혹은 "공적 법령"을 뜻했으나, 기독교 신학에서는 단순한 사변적 지식이 아니라 구원론적 진리를 수호하기 위한 교회의 "신앙의 규칙"(Regula Fidei)으로 기능한다.
본고의 핵심 논지(Golden Thread)는 교리가 흔히 오해받듯 사고를 억압하는 경직된 틀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교리는 인간의 언어로 포착할 수 없는 '계시의 신비'가 이단적 환원주의에 의해 훼손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언어적 울타리"이며, 교회의 예배와 선포를 가능하게 하는 최소한의 문법이다. 아돌프 폰 하르낙(Adolf von Harnack)이 비판했던 것처럼 교리가 복음의 생명력을 헬라 철학으로 박제한 것이라면 그것은 폐기되어야 하나, 칼 바르트(Karl Barth)의 통찰처럼 교리가 "종말론적 진리를 향한 교회의 순종적 응답"이라면, 그것은 신학의 필연적인 과제다.
2. 성서적 및 어원적 기초 (Biblical Foundations)
2.1. 어원적 이중성: 의견과 법령
헬라어 δόγμα(dógma)는 '생각하다', '...처럼 보이다'를 뜻하는 동사 dokéō에서 유래했다. 고대 헬라 철학(플라톤, 스토아 학파)에서 이 단어는 "철학적 확신" 혹은 "학설"을 의미했다. 그러나 정치적 맥락에서는 황제의 "칙령"(Decretum)이나 "법령"을 뜻하는 권위적인 용어로 사용되었다.
2.2. 신약성서의 용례 (NT Usage)
신약성서에서 dógma는 흥미로운 긴장 관계 속에 나타난다.
- 세속적/율법적 법령: 루가복음 2:1에서는 아우구스투스 황제의 "칙령"으로, 골로새서 2:14과 에베소서 2:15에서는 그리스도 안에서 폐기된 "의문의 율법"(법조문)으로 부정적으로 사용된다.
- 사도적 결정: 사도행전 16:4에서는 예루살렘 [공의회](/article/칼케돈 공의회)(행 15장)가 결정한 이방인을 위한 규례를 가리킨다. 여기서 dógma는 "성령과 우리가 결정한 것"(행 15:28)이라는 권위를 가지며, 이것이 후대 기독교 '교리' 개념의 원형이 된다.
즉, 성서적 맥락에서 교리는 율법주의적 조문(Law)과 복음의 자유를 수호하기 위한 사도적 합의(Confession) 사이의 긴장 속에 위치한다.
3. 교리사적 전개 (Historical Development)
3.1. 고대 교회: 헬라화 논쟁 (Hellenization)
초대 교회에서 교리는 이단(Heresy)에 대한 대응으로 형성되었다. 니케아 공의회(325)의 homoousios(동일본질)와 [칼케돈 공의회](/article/칼케돈 공의회)(451)의 기독론 정의는 성경의 내용을 헬라 철학의 개념을 빌려 명문화한 것이다.
- 하르낙의 비판: 19세기 자유주의 신학자 아돌프 폰 하르낙은 『교리사 교본』(Lehrbuch der Dogmengeschichte)에서, 교리의 형성을 "복음의 헬라화"(Hellenisierung des Christentums)로 규정하며, 살아있는 신앙이 지성주의적 명제로 타락했다고 비판했다.
- 현대의 재평가: 그러나 현대 신학은 교리를 단순한 철학화가 아닌, 헬레니즘 문화를 복음의 도구로 사용한 "선교적 번역"(Missionary Translation) 과정으로 이해한다.
3.2. 종교개혁: 성서와 교리의 관계
종교개혁자들은 교리 자체를 부정한 것이 아니라, 성서(Sola Scriptura)보다 우위에 선 교회의 교도권(Magisterium)을 비판했다. 루터와 칼뱅에게 고대 공의회의 교리(삼위일체, 기독론)는 성서를 올바르게 해석하기 위한 "파생된 권위"(Norma normata)로서 여전히 유효했다.
3.3. 근대 가톨릭과 개신교의 분기
- 로마 가톨릭: 제1차 바티칸 공의회(1870)를 통해 교황 무류성(Infallibilitas)과 교리의 불변성을 강조했으나,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칼 라너(K. Rahner) 등의 영향으로 교리 형성의 "역사적 제약성"을 인정하고 "진리의 위계"(Hierarchia veritatum) 개념을 도입했다.
- 개신교: 칼 바르트는 『교회교의학』에서 교리는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교회의 동의"이자 끊임없이 성서에 의해 검증받아야 하는 "순례하는 진리"라고 정의했다.
4. 조직신학적 구조 (Systematic Structure)
4.1. 믿는 내용(Fides quae)과 믿는 행위(Fides qua)
교리는 객관적인 진술인 '믿어지는 내용'(Fides quae creditur)과 주관적인 신앙 행위인 '믿는 행위'(Fides qua creditur)의 일치를 지향한다. 교리가 단순한 정보로 전락할 때 그것은 '죽은 정통'(Dead Orthodoxy)이 되며, 교리 없는 체험은 맹목적 주관주의에 빠진다.
4.2. 교리의 기능: 송영(Doxology)으로서의 교리
에드문트 슬링크(Edmund Schlink)는 교리의 기원을 송영(Doxology)에서 찾는다. 교리는 연구실의 사변이 아니라, 예배 중에 하나님을 찬양하기 위해 그분이 누구신지를 명확히 하려는 시도에서 나왔다. 예를 들어, "예수는 주님이시다"(Kyrios Christos)라는 최초의 교리는 기도가 가능한 대상을 확정하는 예배의 언어였다.
4.3. 교리의 권위와 가변성
교리는 절대적인 하나님을 지시하지만, 그 교리를 담은 인간의 언어는 역사적 한계를 지닌다. 따라서 모든 교리는 "종말론적 유보"(Eschatological Proviso) 아래에 있다. 교리는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이지, 달 자체가 아니다. 그러나 그것은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달을 가리키는 유일하고도 필수적인 손가락이다.
5. 결론 (Conclusion)
오늘날 탈-교리적(Post-dogmatic) 시대정신 속에서도 교리는 여전히 유효하다. 교리는 "무엇을 믿어도 좋은가?"라는 질문에 대한 교회의 책임 있는 응답이다. 건강한 교리는 텍스트 속에 갇히지 않고, 성서의 증언을 보존하며, 성례전적 예배를 가능하게 하고, 세상 속에서 기독교적 윤리를 실천하게 하는 "작동하는 진리"(Operative Truth)가 되어야 한다.
📚 참고문헌 (Bibliography: Source Ledger)
- Slenczka, Reinhard. "Dogma/Dogmenbegriff." In Theologische Realenzyklopädie (TRE), Bd. 9, 26-43. Berlin/New York: De Gruyter, 1982.
- Harnack, Adolf von. Lehrbuch der Dogmengeschichte. 3 Bde. Tübingen: Mohr Siebeck, 1909 (4. Aufl.).
- Barth, Karl. Kirchliche Dogmatik I/1: Die Lehre vom Wort Gottes. Zollikon-Zürich: EVZ, 1932.
- Rahner, Karl. "Was ist eine dogmatische Aussage?" In Schriften zur Theologie, Bd. 5, 54-81. Einsiedeln: Benziger, 1962.
- Kasper, Walter. Dogma unter dem Wort Gottes. Mainz: Grünewald, 1965.
- Pannenberg, Wolfhart. Systematische Theologie, Bd. 1. Göttingen: Vandenhoeck & Ruprecht, 19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