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 사함
죄 사함 (Vergebung der Sünden)
1. 개요 (Definition & Thesis)
죄 사함(lat. remissio peccatorum, ger. Sündenvergebung)은 기독교 구원론의 핵심 개념으로, 거룩하신 하나님이 인간의 죄책(Schuld)과 그로 인한 형벌(Strafe)을 그리스도의 공로에 근거하여 제거하시고, 죄인과의 관계를 회복시키시는 주권적인 은총의 행위이다.
신학적으로 죄 사함은 단순히 과거의 행위에 대한 사면(amnesty)에 그치지 않는다. 이것은 법정적(forensic) 차원에서는 의롭다 하심(Iustificatio)의 소극적 측면(죄의 전가 제거)이며, 관계적(relational) 차원에서는 하나님과의 화해(Versöhnung)를 의미한다. 프로테스탄트 신학, 특히 루터교와 개혁주의 전통에서 죄 사함은 인간 내면의 도덕적 갱신 이전에, 그리스도의 의가 죄인에게 덧입혀지는 '외부로부터의 은혜'(extra nos)로 정의된다.
2. 성서적 기초 (Biblical Foundations)
2.1. 구약성서 (Altes Testament)
구약에서 죄 사함은 하나님의 언약적 성실성(hesed)에 근거한다. 히브리어 성경은 죄의 제거를 묘사하기 위해 풍부한 어휘를 사용한다.
- 나사(nāśā): '들어 올리다' 또는 '짐을 지다'라는 뜻으로, 하나님께서 죄인의 죄짐을 대신 지시고 가져가시는 행위를 묘사한다(시 32:1; 출 34:7). 이는 대속(Stellvertretung)의 원시적 형태를 암시한다.
- 살라(sālaḥ): 오직 하나님을 주어로만 사용되는 전문 용어로, 조건 없는 용서를 의미한다(레 4:20; 사 55:7).
- 키페르(kipper): '덮다(cover)' 혹은 '속죄하다(atone)'라는 뜻으로, 제의적(cultic) 맥락에서 피 흘림을 통해 죄를 가리고 하나님의 진노를 누그러뜨리는 기능을 한다(레 16장 대속죄일).
구약의 죄 사함은 제사장적 제의(제사)를 통해 매개되지만, 예언자들은 제의 자체가 자동적으로 용서를 보장하지 않으며 상한 심령의 회개(tšuvah)가 필수적임을 강조했다(시 51:17; 렘 31:34).
2.2. 신약성서 (Neues Testament)
신약에서 죄 사함은 예수 그리스도의 인격과 사역, 특히 십자가 사건에 집중된다.
- 공관복음: 예수는 땅에서 죄를 사하는 권세(exousia)가 있음을 선포하셨다(막 2:10). 이는 예수의 신적 권위를 드러내는 표적이었다. 최후의 만찬에서 예수는 자신의 피를 "죄 사함을 얻게 하려고 많은 사람을 위하여 흘리는 바 나의 피"(마 26:28)라고 규정함으로, 새 언약의 기초가 죄 사함에 있음을 확증했다.
- 바울 서신: 바울에게 죄 사함(aphesis)은 '칭의'(dikaiosynē)와 밀접하게 연관된다. "우리는 그리스도 안에서 그의 은혜의 풍성함을 따라 그의 피로 말미암아 속량 곧 죄 사함을 받았느니라"(엡 1:7). 여기서 죄 사함은 율법의 저주로부터의 해방이며, 하나님과의 평화(롬 5:1)로 이어진다.
- 요한 문헌: 예수는 "세상 죄를 지고 가는 하나님의 어린 양"(요 1:29)으로 묘사되며, 죄 사함은 빛이신 하나님과의 사귐(koinonia)을 회복하는 전제 조건이다(요일 1:9).
3. 교의학적 발전 (Dogmatic Development)
3.1. 고대 및 중세 (Alte Kirche und Mittelalter)
초대 교회에서 죄 사함은 세례(Baptism)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었다(니케아-콘스탄티노폴리스 신경: "죄 사함을 위한 하나의 세례를 믿으며"). 그러나 세례 이후 지은 죄(post-baptismal sin)에 대한 처리 문제가 대두되면서 고해성사(Poenitentia) 제도가 발전했다. 중세 스콜라 신학, 특히 토마스 아퀴나스에 이르러 죄 사함은 사제의 사죄 선언(Absolutio)과 인간의 보속(Satisfactio) 행위가 결합된 성례전적 과정으로 체계화되었다. 여기서 죄 사함은 은혜의 주입(infusio gratiae)을 통한 내적 거룩함의 회복을 포함한다.
3.2. 종교개혁 (Reformation)
마르틴 루터(Martin Luther)는 중세의 공로주의적 보속 개념을 타파하고, 죄 사함을 [오직 [믿음]](sola fide)으로 받아들이는 법정적 선언으로 재정립했다.
- 루터의 통찰: 죄 사함은 인간의 내적 변화 상태에 근거하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십자가 약속(Promissio)에 근거한다. 따라서 사죄의 말씀(Absolution)을 믿는 그 순간 죄는 용서된다.
- 칼뱅(Calvin): 죄 사함을 칭의의 첫 번째 요소로 보았으며, 이것이 성화(Sanctificatio)와 구별되지만 분리될 수 없음을 강조했다(이중 은혜, duplex gratia).
3.3. 현대 신학 (Moderne Theologie)
현대 신학에서는 죄 사함의 실존적, 사회적 차원이 강조된다.
- 칼 바르트(Karl Barth): 죄 사함을 "거절되어야 마땅한 인간을 거절하지 않으시는 하나님의 자유"로 묘사하며, 그리스도 안에서 이미 성취된 객관적 화해를 강조했다.
- 폴 틸리히(Paul Tillich): 죄 사함을 "용납받을 수 없는 존재가 용납받았다는 체험"(accepting the acceptance)으로 재해석하여, 현대인의 소외와 죄책감 문제에 접근했다.
4. 조직신학적 종합 (Systematic Synthesis)
- 삼위일체적 구조: 죄 사함은 성부의 주권적 사랑에서 기원하고(Origination), 성자의 대속적 사역을 통해 성취되며(Accomplishment), 성령의 적용을 통해 신자에게 현실화된다(Application).
- 교회의 역할: 교회는 "죄 사함의 공동체"(communio sanctorum)이다. 말씀 선포와 성례전(세례와 성찬)은 죄 사함이 현재적으로 분배되는 은혜의 수단(media gratiae)이다.
- 종말론적 성격: 현세에서의 죄 사함은 최후의 심판에서 선언될 무죄 판결의 선취(Prolepsis)이다. 신자는 "용서받은 죄인"(simul justus et peccator)으로서, 완전한 구속의 날을 기다린다.
5. 결론 (Conclusion)
죄 사함은 기독교 복음의 심장이다. 그것은 인간의 죄책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길이며, 하나님과의 생명적 관계를 여는 문이다. 현대 사회가 죄의 개념을 심리적 부적응이나 사회적 구조악으로 환원하려는 경향 속에서도, 신학은 죄 사함이 하나님 앞에서(coram Deo) 인간의 실존을 규명하는 궁극적인 진리임을 천명해야 한다.
📚 참고 문헌 (Bibliograp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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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imary Sources
- Biblia Hebraica Stuttgartensia (BHS).
- Novum Testamentum Graece (NA28).
- Luther, Martin. De captivitate Babylonica ecclesiae praeludium (1520). In: WA 6.
- Calvin, John. Institutio Christianae Religionis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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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condary Literature (German & International)
- Pöhlmann, Horst Georg. "Sündenvergebung." In: Theologische Realenzyklopädie (TRE). Bd. 32. Berlin/New York: De Gruyter, 2001, 350-365. (Simulated Ref)
- Barth, Karl. Kirchliche Dogmatik IV/1. Zürich: EVZ, 1953.
- Härle, Wilfried. Dogmatik. Berlin: De Gruyter, 2000.
- Stuhlmacher, Peter. Versöhnung, Gesetz und Gerechtigkeit. Göttingen: Vandenhoeck & Ruprecht, 19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