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론
신정론 (Theodizee)
1. 개요 및 정의 (Begriffsbestimmung)
신정론(Theodizee)이라는 용어는 1710년 고트프리트 빌헬름 라이프니츠(G.W. Leibniz)의 저서 Essais de Théodicée에서 처음 만들어진 조어이다. 이는 그리스어 'Theos'(Θεός, 신)와 'Dikē'(δίκη, 정의/재판)의 합성어로, 문자적으로는 "신의 정당성 입증"을 의미한다.
조직신학적으로 신정론은 '삼중 모순'(Trilemma)을 해결하려는 시도이다:
- 신은 전능하다 (Omnipotence).
- 신은 전적으로 선하다 (Omnibenevolence).
- 그럼에도 불구하고 악(Malum)은 실재한다.
고전적 신정론이 이 모순을 논리적으로 해소하여 신을 '변호'하려 했다면, 현대 신학(특히 아우슈비츠 이후)은 이를 논리적 불가능성으로 규정하고, '반(反)신정론'(Antitheodizee) 혹은 '십자가의 신학'으로 논의를 전환한다.
2. 성서적 기초 (Biblischer Befund)
성서는 체계적인 철학적 신정론을 제시하지 않으며, 오히려 고통에 대한 다양한 반응을 서술한다.
2.1. 구약성서: 인과율과 그 파괴
- 신명기적 역사가(Deuteronomist): 고통을 죄에 대한 형벌로 이해하는 응보적 정의(Retribution Theology)가 지배적이다. 여기서 악의 원인은 인간의 불순종에 있으며, 신의 정의는 보존된다.
- 욥기(Hiob)와 탄식시(Klagepsalmen): 응보적 도식이 붕괴되는 지점이다. 욥은 무고한 자의 고난을 통해 신에게 '소송'을 제기한다. 욥기 38-41장에서 야훼는 악의 기원을 설명하는 대신, 창조 세계의 신비와 혼돈(Behemoth/Leviathan)을 통제하는 창조주의 주권을 보여줌으로써 인간의 논리를 침묵시킨다. 이는 "설명으로서의 신정론"이 아닌 "관계로서의 신정론"을 암시한다.
2.2. 신약성서: 종말론적 긴장
- 바울 서신: 로마서 8:18-25에서 피조물의 고통은 '산고(Geburtswehen)'로 해석된다. 악은 극복되어야 할 대상이며, 그 최종적 해결은 [그리스도의 [재림]](Parusie)과 종말론적 구속으로 유보된다.
- 십자가: 신약은 악의 문제를 철학적으로 설명하지 않고,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통해 신이 악과 고통에 직접 참여함(Participatio)으로 응답한다고 증언한다.
3. 역사적 전개 (Dogmengeschichte)
3.1. 고대 교부: 선의 결핍 (Privatio Boni)
아우구스티누스(Augustine)는 마니교의 이원론(선과 악의 대등한 대결)을 배격하기 위해 악의 '실체성'을 부인했다. 그에게 악은 존재(Substance)가 아니라 '선의 결핍'(Privatio Boni)이다. 악은 자유의지를 가진 피조물이 더 높은 선(Summum Bonum)에서 이탈할 때 발생한다. 이로써 신은 악의 창조자가 아님이 변증된다.
3.2. 근대: 최선의 세계와 그 붕괴
- 라이프니츠(Leibniz): 그는 세계가 "가능한 모든 세계 중 최선의 세계"(le meilleur des mondes possibles)라고 주장했다. 악은 전체의 조화를 위해 불가피한 형이상학적 요소로 간주되었다.
- 1755년 리스본 대지진: 이 재난은 라이프니츠의 낙관주의를 붕괴시켰다. 볼테르(Voltaire)는 《캉디드》를 통해 이를 조롱했고, 칸트(Kant)는 《모든 신정론적 시도의 실패에 관하여》(1791)에서 이론적 이성을 통한 신정론의 불가능성을 선언하고 이를 '도덕적 신앙'의 영역으로 옮겼다.
3.3. 현대: 아우슈비츠 이후의 신학
한스 요나스(Hans Jonas)는 "아우슈비츠 이후에도 전능하고 선한 신 개념을 유지할 수 있는가?"라고 물으며, 신의 전능성을 포기하는 과정을 통해 신의 선함을 구출하려 했다. 칼 바르트(K. Barth)는 악을 신이 창조하지 않은 '무의미한 것'(Das Nichtige)으로 규정하며, 오직 그리스도 안에서만 극복되는 실재로 보았다.
4. 조직신학적 쟁점 (Systematische Entfaltung)
4.1. 자유의지 변증 (Free Will Defense)
알빈 플랜팅가(Alvin Plantinga)로 대표되는 현대 분석철학적 접근이다. 도덕적 선을 행할 수 있는 자유로운 피조물을 창조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악을 선택할 가능성도 논리적으로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는 신의 전능성과 악의 공존이 '논리적 모순'이 아님을 증명하지만, 자연악(지진, 질병 등)을 설명하는 데 한계가 있다.
4.2. 영혼 빚기 (Soul-Making Theodicy)
이레나이우스(Irenaeus)의 사상을 계승한 존 힉(John Hick)은 세계를 '영혼을 빚어내는 골짜기'(Vale of Soul-making)로 본다. 고통과 악은 인간이 도덕적으로 성숙하여 신의 형상을 완성해 나가는 데 필요한 교육적 환경이다. 그러나 이는 과도한 고통(Dysteleological Evil) 앞에서 정당성을 잃기 쉽다.
4.3. 십자가의 신학 (Theologia Crucis)과 고난받는 하나님
현대 신정론의 가장 중요한 전환점이다. 위르겐 몰트만(J. Moltmann)은 《십자가에 달리신 하나님》에서, 신은 악을 관조하는 군주가 아니라, 십자가 위에서 죽음을 경험하고 아들의 고통을 함께 나누는 아버지라고 주장한다.
- 결론적 테제: 기독교 신정론은 악에 대한 '이론적 설명'이 아니라, 악을 대적하고 극복하는 '실천적 투쟁'이며, 종말론적 '정의의 회복'을 기다리는 희망의 행위이다.
5. 참고문헌 (Bibliografie)
Primary Sources (Quellen):
- Leibniz, Gottfried Wilhelm. Essais de Théodicée sur la bonté de Dieu, la liberté de l'homme et l'origine du mal. Amsterdam, 1710.
- Augustinus, Aurelius. Confessiones, Lib. VII. (CCL 27).
- Kant, Immanuel. Über das Mißlingen aller philosophischen Versuche in der Theodizee. 1791.
Secondary Literature (Sekundärliteratur):
- Theologische Realenzyklopädie (TRE). Bd. 33. Berlin/New York: de Gruyter, 2002. S. 222–263. (Art. "Theodizee").
- Barth, Karl. Kirchliche Dogmatik III/3. (KD §50 "Gott und das Nichtige").
- Jonas, Hans. Der Gottesbegriff nach Auschwitz: Eine jüdische Stimme. Frankfurt a.M.: Suhrkamp, 1987.
- Moltmann, Jürgen. Der gekreuzigte Gott. München: Chr. Kaiser, 19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