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의 재림
그리스도의 재림 (Wiederkunft Christi / Parousia)
1. 개요 (Definition & Thesis)
그리스도의 재림(Wiederkunft Christi), 혹은 파루시아(Parusie)는 기독교 종말론(Eschatologie)의 핵심 교리로, 부활하여 승천한 예수 그리스도가 역사의 끝(Finis)이자 완성(Telos)으로서 영광 중에 다시 오심을 의미한다. 신학적으로 재림은 단순한 미래의 연대기적 사건이 아니라, 현재의 교회와 성도에게 '깨어 있음'을 요구하는 윤리적 긴장(Spannung)을 제공한다. 이는 "이미(Already)" 시작된 하나님 나라와 "아직(Not Yet)" 완성되지 않은 역사 사이의 변증법적 긴장을 해소하는 최종적 계시(Apokalypsis)이자 우주적 통치권의 확정이다.
2. 성서적 기초 (Biblical Foundations)
2.1. 용어 분석 (Begriffsgeschichte)
신약성서는 재림을 묘사하기 위해 주로 세 가지 헬라어 용어를 사용한다.
- 파루시아(Parousia): 가장 빈번하게 사용되는 용어(마 24:3, 살전 4:15)로, 헬레니즘 세계에서 황제나 고관의 공식적인 '방문(Arrival)' 혹은 '임재(Presence)'를 뜻하는 기술 용어(terminus technicus)였다. 이는 그리스도가 왕으로서 세상에 도래하여 통치권을 행사함을 강조한다.
- 아포칼립시스(Apokalypsis): '계시' 혹은 '드러냄'(고전 1:7). 현재 감추어져 있는 그리스도의 영광이 공개적으로 드러나는 사건임을 의미한다.
- 에피파네이아(Epiphaneia): '현현'(딛 2:13). 헬라 종교에서 신이 가시적으로 나타나 구원을 베푸는 행위를 차용한 것으로, 목회서신에서 주로 사용된다.
2.2. 구약과 신약의 연속성
구약의 '야훼의 날(yôm YHWH)' 사상은 신약에서 '그리스도의 날' 혹은 '인자의 날'로 재해석된다. 다니엘 7장의 '인자(Son of Man)' 환상은 재림 예수의 심판권과 왕권을 뒷받침하는 핵심 텍스트다. 공관복음서(특히 마가복음 13장, 마태복음 24-25장)의 소묵시록은 예루살렘의 멸망과 우주적 종말을 중첩시켜 묘사하며, "그 날과 그 때는 아무도 모른다"는 불가지성을 통해 '깨어 있음(Wachsamkeit)'을 강조한다.
3. 교회사적 발전 (Historische Entwicklung)
3.1. 임박한 종말론과 지연의 위기 (Naherwartung und Parusieverzögerung)
초기 기독교 공동체는 그리스도가 그들의 세대가 지나기 전에 오실 것이라는 '임박한 종말 기대(Naherwartung)' 속에 살았다(살전 4장). 그러나 사도들이 죽고 재림이 지연되면서 교회는 '파루시아 지연(Parusieverzögerung)'이라는 신학적 위기에 직면했다.
- 루카(Luke)의 해결: 한스 콘첼만(H. Conzelmann)의 분석대로, 누가는 종말의 시간을 뒤로 미루고 그 사이를 '교회의 시대(Zeit der Kirche)'로 설정하여 구속사(Heilsgeschichte)를 체계화함으로써 위기를 극복했다.
3.2. 고대와 중세, 종교개혁
- 고대: 몬타누스주의(Montanism)와 같은 열광주의적 종말론은 배격되었고, 아우구스티누스는 요한계시록 20장의 천년왕국을 교회 시대로 영해(allegorize)하여 종말론을 역사 내부로 내면화했다.
- 종교개혁: 루터는 재림을 "사랑하는 마지막 날(der liebe Jüngste Tag)"이라 부르며, 교황(적그리스도)의 통치로부터 해방되는 희망의 날로 보았다.
3.3. 현대 신학의 재발견
19세기 자유주의 신학이 하나님 나라를 윤리적 진보로 환원시킨 것에 반발하여, 요하네스 바이스(J. Weiss)와 알베르트 슈바이처(A. Schweitzer)는 예수의 메시지가 철저하게 종말론적임을 밝혀냈다(철저 종말론, Konsequente Eschatologie). 이후 위르겐 몰트만(J. Moltmann)은 『희망의 신학』에서 재림을 미래로부터 현재로 다가오는 힘으로 규정하며, 기독교 신학 전체를 종말론적 관점에서 재구성했다.
4. 조직신학적 구조 (Dogmatische Struktur)
4.1. 심판과 완성 (Gericht und Vollendung)
재림은 이중적 성격을 지닌다.
- 심판(Gericht): 죄와 악, 그리고 죽음에 대한 최종적 심판이다. 이는 역사의 부조리를 바로잡는 신정론(Theodicy)적 응답이다.
- 완성(Vollendung): 피조 세계의 파괴가 아니라 갱신(Renovatio)이다. "새 하늘과 새 땅"은 기존 창조의 질적 변화(Transfiguration)를 의미한다.
4.2. 마라나타(Maranatha)의 영성
재림 신앙은 현실 도피가 아니라, 다가올 미래(Zukunft)의 빛 아래서 현재를 변혁하는 능력이다. 성찬식에서 고백하는 "주께서 오실 때까지"(고전 11:26)라는 정식은 교회가 재림을 기다리는 순례자 공동체임을 확인한다.
5. 결론 및 참고문헌 (Conclusion & Bibliography)
그리스도의 재림은 기독교 신앙의 "오메가 포인트"이다. 그것은 십자가와 부활에서 결정적으로 승리한 하나님의 통치가 온 우주에 가시적으로 확증되는 사건이다. 따라서 재림은 공포의 대상이 아니라, 피조물의 탄식(롬 8:22)이 그치고 하나님의 영광이 만유 안에 거하시게 되는(고전 15:28) 궁극적 희망이다.
📚 주요 참고문헌 (Bibliography)
- TRE (Theologische Realenzyklopädie): Bd. 25, "Parusie", de Gruyter.
- Cullmann, Oscar. Christ and Time (Christus und die Zeit). Zurich: EVZ, 1946. (구속사적 시간 이해)
- Moltmann, Jürgen. Theology of Hope (Theologie der Hoffnung). Munich: Kaiser, 1964. (미래의 존재론)
- Schweitzer, Albert. The Quest of the Historical Jesus (Von Reimarus zu Wrede). Tübingen, 1906. (철저 종말론)
- Pannenberg, Wolfhart. Systematic Theology (Systematische Theologie) Bd. 3. Göttingen: Vandenhoeck & Ruprecht, 19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