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선택 (Erwählung)

1. 개요 (Definition & Thesis)

선택(Erwählung, Electio)은 기독교 조직신학에서 구원의 서정(ordo salutis)과 하나님의 작정(decretum Dei)을 다루는 핵심 교리이다. 이는 하나님께서 인류의 구원을 위하여 주권적인 자유와 사랑으로 특정한 대상(개인 혹은 공동체)을 구별하여 부르시는 행위를 의미한다.

현대 신학, 특히 *TRE(Theologische Realenzyklopädie)*의 논의에 따르면, 선택 교리는 누가 구원받고 누가 유기(Reprobation)되는가를 결정하는 수학적 운명론이 아니다. 도리어 선택의 본질은 '은혜의 우선성'(Sola Gratia)과 '사명(Missio)'에 있다. 선택된 자는 특권을 누리기 위함이 아니라, 선택받지 못한 자들에게 하나님의 복을 전달하기 위한 '봉사의 직무'를 위해 부름받은 것이다. 따라서 선택은 폐쇄적 배타주의가 아니라, 보편적 구원사를 이루기 위한 하나님의 구체적 방법론이다.

2. 성서적 기초 (Biblical Foundations)

2.1. 구약: 관계와 사명으로서의 선택 (Altes Testament)

구약성서에서 선택을 나타내는 핵심 히브리어 동사는 '바하르'(בָּחַר)이다. 이 단어는 신명기 신학에서 결정적으로 등장한다(신 7:6-8).

  • 동기(Motive): 이스라엘의 선택은 그들의 수적 우세나 도덕적 탁월함 때문이 아니라, 오직 야훼의 주권적인 사랑과 조상들에게 하신 맹세 때문이다. 이는 선택의 무조건성을 보여준다.
  • 목적(Purpose): 아브라함소명(창 12:1-3)에서 드러나듯, 선택은 "땅의 모든 족속이 너로 말미암아 복을 얻게" 하기 위함이다. 이스라엘은 열방을 위한 '제사장 나라'(출 19:6)로 선택되었다. 즉, 선택은 도구적(instrumental)이다.

2.2. 신약: 그리스도 안에서의 선택 (Neues Testament)

신약성서, 특히 바울 서신은 선택의 개념을 그리스도론적(Christological)으로 재해석한다.

  • 에베소서 1:4: "창세 전에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를 택하사(exelexato)..." 선택은 진공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신의 독단적 결정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라는 구원 사건 안에서(en Christō) 이루어진다.
  • 로마서 9-11장: 바울은 이스라엘의 불순종과 이방인의 접붙임을 다루면서, 하나님의 선택이 인간의 혈통이나 행위에 의존하지 않음을 역설한다. 그러나 바울의 결론은 이스라엘의 영원한 버림이 아니라, "하나님이 모든 사람을 순종하지 아니하는 가운데 가두어 두심은 모든 사람에게 긍휼을 베풀려 하심"(롬 11:32)이라는 신비로 귀결된다.

3. 교리사적 전개 (Historical Development)

3.1. 아우구스티누스와 펠라기우스 논쟁

초기 교부 아우구스티누스(Augustine)는 인간의 전적 타락을 주장하며, 구원은 오직 하나님의 불가항력적인 은혜에 의한 선택에 달렸다고 보았다. 이는 인간의 자유의지를 강조한 펠라기우스주의에 대항하여 '오직 은혜'를 수호하기 위한 필연적 논리였다. 여기서 선택은 인간의 공로를 철저히 배제하는 겸손의 교리였다.

3.2. 칼빈과 이중예정 (Calvin & Gemina Praedestinatio)

종교개혁자 장 칼빈(John Calvin)은 『기독교 강요』(III.21)에서 선택 교리를 심화시킨다. 그는 하나님이 영원 전부터 어떤 이들은 영생으로, 어떤 이들은 영멸로 예정하셨다는 '이중예정'(Gemina Praedestinatio)을 가르쳤다.

  • 현대인의 오해와 달리, 칼빈에게 이 교리는 공포를 주기 위함이 아니라, 박해받는 성도들에게 "나의 구원이 나의 연약한 행위가 아니라 하나님의 영원한 작정에 있다"는 확신(Certitudo salutis)을 주기 위한 위로의 교리였다.

3.3. 칼 바르트의 혁명적 전환 (Karl Barth)

20세기 신학자 칼 바르트(Karl Barth)는 『교회교의학』(KD II/2)에서 예정론을 근본적으로 재구성한다. 그는 전통적 예정론이 하나님을 '절대군주'와 같은 추상적 존재로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 그리스도 중심성: 바르트에게 있어서 예수 그리스도는 '선택하시는 하나님'(Electing God)이시며, 동시에 '선택받은 인간'(Elected Man)이시다.
  • 이중예정의 재해석: 하나님은 그리스도 안에서 인류의 '유기(버림받음)'를 그리스도에게 짊어지게 하시고, 인류에게는 '선택'을 선물하셨다. 따라서 예정론은 "모든 복음의 총화(Summe des Evangeliums)"가 된다.

4. 신학적 종합 (Systematic Synthesis)

현대 조직신학에서 선택(Erwählung) 교리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축으로 정리된다.

  1. 은혜의 주권성 (Sovereignty of Grace): 구원은 인간의 종교적 성취나 도덕적 자질에 근거하지 않고, 오직 하나님의 자유로운 사랑에 근거한다. 이는 신앙인에게 교만을 버리고 감사를 회복하게 한다.
  2. 보편적 지향성 (Universal Intent): 선택은 '나만 구원받았다'는 분리주의가 아니다. 하나님은 '부분(Part)'을 선택하여 '전체(Whole)'를 구원하신다. 교회의 선택은 세상을 향한 선교적 사명을 내포한다.
  3. 종말론적 희망 (Eschatological Hope): 선택 교리는 역사의 우연성 속에서 하나님의 신실하심(emunah)을 신뢰하게 한다. 최후의 심판자는 우리를 선택하신 예수 그리스도이시기에, 우리는 두려움 없이 종말을 기다릴 수 있다.

Bibliography (Select):

  • TRE (Theologische Realenzyklopädie), Bd. 10 "Erwählung", Bd. 27 "Prädestination".
  • Barth, Karl. Die kirchliche Dogmatik II/2. Zürich: EVZ, 1942.
  • Calvin, John. Institutio Christianae Religionis (1559).
  • Seebass, Horst. "Erwählung I. Altes Testament." In TRE 10 (1982).
Kerygma Dictionary
v7.0 (Agentic Chain)
2025-1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