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의 강림 (지옥/음부)

그리스도의 강림: 음부와 지옥 (Descensus Christi ad inferos)

1. 개요 및 정의 (Definition & Status Quaestionis)

그리스도의 강림(Descensus Christi)은 사도신경(Symbolum Apostolicum)의 고백인 "descendit ad inferna" (음부로 내려가시어)에 기초한 교의학적 주제이다. 이 교리는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 사이의 '성토요일(Holy Saturday)'에 발생한 사건을 다룬다.

신학적으로 이 주제는 '죽음의 실재성(Realitas mortis)'을 확증하는 것인가, 아니면 '죽음의 정복(Triumphus in mortem)'을 의미하는가에 따라 첨예하게 대립한다. 독일어권 신학에서는 이를 명확히 구분하기 위해 두 가지 용어를 사용한다:

  1. Gang in das Totenreich (음부 강하): 모든 죽은 자가 머무는 셰올(Sheol)로의 상태적 이행. 죽음의 사실성 강조.
  2. Höllenfahrt (지옥 강하): 악과 사탄의 세력을 멸하기 위한 능동적, 승리적 행위.

본 아티클은 이 교리가 단순한 신화적 우주론의 잔재가 아니라, 기독론적 구원의 우주적 차원(kosmische Dimension)을 완성하는 필수불가결한 고리임을 규명한다.


2. 성서적 기초와 주석 (Biblical Foundations)

성서학적으로 Descensus의 근거는 구약의 '셰올' 개념과 신약의 난해 구절들에 있다.

2.1. 결정적 본문: 베드로전서 3:19-20 & 4:6

가장 논쟁적인 구절인 베드로전서 3:19("그가 또한 영으로 가서 옥에 있는 영들에게 선포하시니라")은 교리 형성의 핵심이다.

  • 문법적 분석: "가서(πορευθεὶς)"와 "선포하시니라(ἐκήρυξεν)"는 그리스도의 행위가 단순한 체류가 아니라 능동적인 케리그마적 행위임을 시사한다.
  • '옥에 있는 영들':
    • 해석 A (고전적/가톨릭): 노아 시대의 불순종한 자들 혹은 연옥/림보(Limbus Patrum)에 있는 구약의 성도들.
    • 해석 B (현대 주석): 타락한 천사들(창세기 6장의 네피림 전승과 연관).
    • 해석 C (루터): 사탄에 대한 승리의 선포.

2.2. 에베소서 4:9

*"땅 아래 낮은 곳으로 내리셨던 것(κατέβη εἰς τὰ κατώτερα [μέρη] τῆς γῆς)"*이라는 표현은 두 가지로 해석된다.

  1. 성육신적 해석: 하늘에서 땅(지상)으로의 내려옴(Incarnation).
  2. 강림적 해석: 땅에서 땅 아래(Hades)로의 내려옴(Descensus). 현대 주석학은 문맥상 승천(Ascension)과의 대조를 위해 이를 죽음의 영역(Totenwelt)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3. 교의사적 전개 (History of Dogma)

3.1. 고대 교회: 하데스의 약탈 (Harrowing of Hell)

동방 교부들에게 Descensus는 구원론의 클라이맥스다. 그들은 이를 '아나스타시스(Anastasis)' 아이콘으로 시각화했다. 그리스도가 지옥의 문을 부수고, 아담과 하와의 손목을 잡아 끌어올리는 장면이다. 여기서 강림은 죽음의 권세를 내부로부터 파괴하는 승리의 행진이다.

3.2. 종교개혁: 루터와 칼뱅의 분기점

16세기 종교개혁은 이 교리를 서방 신학의 법정적 틀 안에서 재해석했으나, 두 거두의 입장은 갈라졌다.

A. 마르틴 루터 (Martin Luther): 승리의 행진

루터, 특히 1533년 토르가우 설교(Torgau Sermon)에 따르면, 그리스도의 지옥 강림은 '비하의 상태(Status exinanitionis)'가 아니라 '승귀의 상태(Status exaltationis)'의 시작이다. 그리스도는 고난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미 십자가에서 획득한 승리를 사탄과 죽음의 세력에게 선포하고 그들의 권세를 박탈하기 위해 지옥에 내려갔다.

B. 장 칼뱅 (John Calvin): 십자가상의 영적 고뇌

칼뱅은 사도신경의 이 구절을 은유적으로 해석했다(Institutes II.16.10). 그에게 지옥 강림은 장소적 이동이 아니다. 이는 그리스도가 십자가 위에서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라고 외칠 때 겪었던 '지옥의 고통(극한의 영적 고뇌와 하나님의 진노)'을 의미한다. 즉, 공간적 강하가 아니라 실존적, 대속적 형벌의 깊이를 뜻한다.


4. 조직신학적 성찰 (Systematic Reflection)

4.1. 비하인가 승귀인가? (Status Duplex)

정통 루터교 신학(Lutheran Orthodoxy)에서 Descensus는 그리스도의 영광스러운 승리의 첫 단계로 분류된다. 반면 개혁파 신학에서는 이를 그리스도의 비하(Humiliation)의 최저점으로 보거나(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 칼뱅처럼 십자가 사건의 내적 차원으로 통합시킨다.

4.2. 현대 신학: 한스 우르스 폰 발타자르 (H.U. v. Balthasar)

20세기 가톨릭 신학자 발타자르는 그의 저서 Mysterium Paschale에서 성토요일의 침묵을 신학의 중심에 두었다. 그에게 지옥 강림은 '승리' 이전에 '죽은 자들 가운데 계심(Being-with-the-dead)'이다. 하나님이 없는 곳(God-forsakenness)에까지 하나님(그리스도)이 계심으로써, 더 이상 우주 어디에도 하나님이 부재한 지옥은 존재할 수 없게 된다는 '내적 지옥 파괴'를 주장했다.

4.3. 결론적 테제

오늘날 Höllenfahrt는 공간적 신화론을 넘어, "하나님의 사랑이 도달하지 못할 심연은 없다"는 구원론적 포괄성을 담지하는 교리로 이해된다. 그리스도는 죽음의 객관적 상태(셰올)를 공유함으로써 죽음을 내부로부터 생명으로 변화시켰다.


5. 참고 문헌 (Select Bibliography)

  • TRE (Theologische Realenzyklopädie):
    • Grillmeier, A. / Pöhlmann, H. G., "Höllenfahrt Christi", in: TRE 15 (1986), 466-484.
  • Sources:
    • Luther, M., Ein Sermon von der Höllenfahrt Christi (Torgau 1533), in: WA 37, 62ff.
    • Calvin, J., Institutio Christianae Religionis (1559), II.16.8-12.
  • Secondary Literature:
    • Balthasar, H. U. von, Mysterium Paschale, Einsiedeln 1969.
    • Vogels, W., Christ’s Descent into Hell, New York 1976.
Kerygma Dictionary
v7.0
2025-1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