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재성
내재성 (Immanenz)
1. 개요 (Begriffsbestimmung)
내재성(Immanenz)은 라틴어 in-manere(안에 머물다, 남아있다)에서 유래한 개념으로, 신학적으로는 창조 세계, 역사, 그리고 인간 의식 내에 현존하며 활동하는 신의 속성을 지칭한다. 이는 필연적으로 신의 초월성(Transzendenz)과 변증법적 긴장 관계에 있다.
기독교 신학에서 내재성은 범신론(Pantheismus, 신=세계)과는 구별된다. 범신론이 신과 세계의 존재론적 융해를 의미한다면, 기독교적 내재성은 초월적인 하나님이 피조물과의 관계를 위해 스스로를 제한하고 세계 안으로 들어오시는 '관계적 내재성'(Beziehungsimmanenz)이다. 이 주제의 핵심(Golden Thread)은 하나님이 세계 안에 갇혀 있기 때문이 아니라, 세계를 사랑하고 유지하기 위해 자유롭게 내재하기로 결단하셨다는 데 있다.
2. 성서적 기초 (Biblischer Befund)
성서는 철학적 추상성으로서의 내재성이 아니라, 역동적인 임재(Präsenz)를 증언한다.
2.1. 구약성서: 쉐키나(Shekinah)와 루아흐(Ruach)
구약에서 하나님의 내재성은 성소나 특정 장소에 머무시는 쉐키나(šěkînâ) 개념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솔로몬의 봉헌 기도(왕상 8:27)는 "하늘들의 하늘이라도 주를 용납지 못하겠거든"이라고 선언하며, 내재성이 장소적 제한이 아님을 명시한다.
- 시편 139:7-10: 하나님의 영(Ruach)으로부터 피할 수 없는 편재성(Omnipresence)을 노래한다. 이는 감시가 아닌 돌봄의 내재성이다.
- 예레미야 23:23-24: "나는 가까운 데 있는 하나님(Gott in der Nähe)이요 먼 데 있는 하나님(Gott in der Ferne)은 아니냐?" 내재와 초월의 동시성을 확증한다.
2.2. 신약성서: 성육신(Inkarnation)과 프네우마(Pneuma)
신약에서 내재성은 급진적인 전환을 맞이한다.
- 요한복음 1:14: 로고스가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시매'(eskēnōsen - 장막을 치다). 초월적 로고스가 역사적 구체성 안으로 진입한 사건이다.
- 사도행전 17:28: "우리가 그를 힘입어 살며 기동하며 존재하느니라." 바울은 스토아 철학의 용어를 차용하여 창조주 안에서의 존재론적 의존성을 변증한다.
- 성령론: 보혜사 성령의 내주하심(Inhabitatio Spiritus Sancti)은 신자의 내면적 내재성을 완성한다.
3. 교의학적 발전 (Dogmengeschichte)
3.1. 고전적 유신론 (Scholastik)
토마스 아퀴나스(Summa Theologiae I, q.8)는 하나님이 만물 안에 존재하시되, 만물과 혼합되지 않으면서 세 가지 방식으로 내재한다고 정리했다:
- Per potentiam (권능으로): 모든 것이 그의 권능 아래 있다.
- Per praesentiam (현존으로): 그의 눈앞에 모든 것이 드러난다.
- Per essentiam (본질로): 만물의 존재 원인으로서 그 존재를 붙들고 있다. 이 시기의 내재성은 초월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의 섭리적 통치였다.
3.2. 근대의 전회 (Die Wende zur Immanenz)
근대 철학은 초월을 거부하고 내재의 절대화를 추구했다.
- 스피노자 (B. Spinoza): Deus sive Natura(신 즉 자연). 신을 세계의 내재적 원인(Causa immanens)으로 규정하여 초월적 인격성을 제거했다.
- 슐라이어마허 (F. Schleiermacher): 종교를 "절대 의존의 감정"으로 정의하며, 신의 내재성을 인간 의식의 심층부로 이동시켰다. 이는 19세기 자유주의 신학(Kulturprotestantismus)이 역사 내재적 진보를 신의 나라와 동일시하는 배경이 되었다.
3.3. 위기의 신학 (Dialektische Theologie)
칼 바르트(Karl Barth)는 『로마서 강해』를 통해 근대의 내재주의를 우상숭배로 규탄했다. 그는 "하나님은 하늘에 계시고 너는 땅에 있다"(전 5:2)는 키르케고르의 명제를 통해 '무한한 질적 차이'(unendlicher qualitativer Unterschied)를 선포하며, 내재성을 하나님의 수직적 계시 사건으로만 제한했다.
4. 조직신학적 종합 (Systematische Entfaltung)
현대 신학은 바르트의 초월주의와 근대의 내재주의를 종합하려는 시도 속에 있다.
4.1. 범재신론 (Panentheismus)
몰트만(J. Moltmann)과 판넨베르크(W. Pannenberg)는 범신론(Pantheism)을 거부하고 범재신론(Panentheism, All-in-God)을 제안한다.
- 짐춤 (Zimsum): 몰트만은 유대교 카발라의 '짐춤'(신의 자기 수축) 개념을 차용하여, 하나님이 자신의 무소부재성을 제한함으로써 피조물이 존재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셨다고 본다. 즉, 창조는 하나님 안에 있다.
- 이 모델에서 세계는 신의 필연적 유출이 아니라, 성령 안에서 유지되는 관계적 공간이다.
4.2. 삼위일체론적 내재성
진정한 기독교적 내재성은 성령론적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하나님은 세상과 거리를 두는 군주(Monarch)가 아니며, 세상에 용해되는 에너지도 아니다.
📚 참고문헌 (Bibliography)
- TRE Bd. 16, "Immanenz und Transzendenz", Berlin/New York: De Gruyter.
- Aquinas, Thomas. Summa Theologiae, I, q.8 "De existentia Dei in rebus".
- Barth, Karl. Der Römerbrief (Zweite Fassung), 1922.
- Moltmann, Jürgen. Gott in der Schöpfung: Ökologische Schöpfungslehre, München: Kaiser, 1985.
- Spinoza, Baruch. Ethica, ordine geometrico demonstrata, 1677.
- Grenz, Stanley J. The Social God and the Relational Self, Westminster John Knox, 2001.